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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류(沸流, BC?~BC?)
연수문화원
2015-07-31 17:46:26

졸본부여의 왕자, 해상왕국을 꿈꾸며 미추홀국을 세우다

 

비류(沸流, BC?~BC?)

 

 

새롭게 탄생한 고구려에서 촉망받던 왕자 비류는 동생 온조와 어머니 소서노와 함께 정든 고향 졸본 땅을 버리고 남쪽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고주몽이 북부여에서 예씨 부인과의 사이에서 낳았던 아들 유리 왕자가 찾아와 왕권이 그에게 넘어가게 되었기 때문이지요. 이들이 눈물을 삼키며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사실 조금 더 복잡합니다. 약 20년 전 이상으로 올라가야만 제대로 알 수 있답니다.

 

북부여에서 도망 나와 쫒겨 다니던 위기의 남자 고주몽을 수용하여 졸본부여의 2인자로 키웠다가, 왕권을 물려준 사람이 누구입니까? 압록강 중류 지역을 기반으로 중개무역을 하던 졸본부여의 왕 연타발이지요. 연타발의 딸이자, 고주몽의 아내가 된 소서노는 연타발로 하여금 고주몽을 후계자가 되도록 도울 뿐 아니라, 고주몽을 적극적으로 도와 강한 나라 고구려를 탄생시키게 됩니다. 졸본부여의 토착세력들과, 활 잘 쏘고 말 잘 타는 고주몽 세력이 합쳐진 고구려는 동서남북으로 확장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구축하게 되지요. 이때 왕자인 비류와 온조도 나라를 통합시키고, 왕권을 강화하는데 큰 역할을 담당하였습니다. 왕자 비류는 당연히 고구려의 제2대 왕으로서의 준비를 하고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토사구팽이 발생합니다. 졸본부여 세력들을 활용하여 고구려을 세우고 키운 고주몽은 나라가 성장하자 비류를 왕으로 세우지 않고, 북부여에서 찾아온 유리 왕자에게 왕권을 넘긴 것입니다. 왕권이 유리에게 넘어가자 비류와 온조는 큰 위기를 맞게 되는데, 이것은 유리 왕자를 중심으로 한 북부여 세력이 졸본부여 세력을 숙청하려 했음을 의미합니다.

 

비류와 온조 형제는 어머니 소서노와 함께 많은 무리를 이끌고 졸본부여를 떠나 한강유역에 도착합니다. 부아악(북한산으로 비정)에 올라 사면을 조망한 무리들은 어디에 정착할 것인가를 두고 심각한 토론을 벌인 것으로 보입니다. 대부분의 신하들은 온조와 함께 한강유역인 위례성(송파 풍납토성 일대, 혹은 위례 지역으로 비정)에 도읍할 것을 적극 주장합니다. 한강 주변으로 비옥하고 풍요로운 땅이 드넓고, 동서남북에 높은 산들이 천연적인 방어막을 만들어 줄 뿐 아니라, 한강을 통해 황해바다로 진출할 수 있는 최적의 도읍지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비류는 신하들의 말을 듣지 않습니다. 비류는 바닷가에 나라를 세울 것을 계속 고집했고, 온조와 신하들은 한강 남쪽 위례성 일대에 집착하여 결국 서로 다른 길을 가게 됩니다. 비류는 함께 내려온 신하들이 강력히 추천했던 한강 유역을 온조에게 양보하여 십제를 세우게 하고, 자신은 문학산 일대인 미추홀(彌鄒忽)에 나라를 세움으로써, 인천 역사에 가장 먼저 이름을 올리는 인물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비류는 새로운 나라 건설에 실패합니다. 삼국사기에는 땅이 습하고 물이 짜서 나라를 성장시키는데 어려웠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미추홀에서 제대로 나라를 일으키지 못한 비류가 온조에게 와보니 온조의 나라가 안정되게 잘 성장하는 것을 보고 후회하며 죽습니다. 결국 비류의 신하들과 백성들이 온조에게 합류하여 부여씨의 백제를 건국하게 됩니다. 이때가 BC18년입니다.

 

우리는 비류가 왜 많은 신하들의 간청을 뿌리치고 인천 땅에 나라를 세우려했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온조보다 형이었고, 당연히 기득권을 주장할 수 있는데 말입니다.

 

비류는 황해바다를 경영하는 해상왕국을 꿈꿨던 것입니다. 동아시아의 지중해라고 불리는 황해는 다양한 문화과 융합되는 경제적 외교적 소통공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졸본부여에서 압록강을 장악해 중계무역으로 나라를 키웠던 비류는 이제 더 넓은 ‘문명의 고속도로’였던 황해바다를 통해 새로운 해상왕국을 건설하려 했던 것입니다. 천연의 요새인 문학산을 뒤로 하고, 소금을 비롯한 풍부한 자원의 보고인 갯벌을 활용하고, 인천 앞다다 경기만의 180여 개의 섬들을 징검다리 삼아 황해안 네트워크를 구상했을 것입니다.